📢공지📢

2023년 3월부터는 마따마따가 유료 뉴스레터(월 1,900원)로 전환되면서 발행 일정이 모두 변경됐어요. 매월 4주간 금요일마다 저녁 9시에 발행돼요. 5주가 있는 달 다섯번 째 주는 쉬어가고요! 😊

🧡마용이의 답글

하루님 안녕하세요.

화를 내는 것이 중요하고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는 것 자체가 반가운 하루님의 글이네요. 화라는 건 많은 부정적인 감정 중 하나인데, 이 화라는 감정을 ‘자주, 공연히’ 내는 것은 그리 건강하지 않지만 하루님이 말한 것처럼 ‘잘’ 내는 건 살면서 꼭 필요한 일이에요. 나를 지키면서 또 상대방과의 적절한 선과 거리를 잘 지킬 줄 아는 힘도 화를 ‘잘’ 내는 것에서 오기도 하니까요.

하루님의 글을 읽으며 조금 안도했던 것은, “즐거우면 웃거나 슬프면 울긴 한다”라는 하루님의 문장에서 자신의 감정을 소중히 마주할 수 있는 힘이 꼼지락꼼지락하며 숨을 쉬고 있다는 것이었어요. 감정을 잘 알아차릴 수 있으면 자신을 잘 돌볼 수 있다는 걸 의미하니까요. 그런데 화가 난다는 건 상대방이 무엇인가를 잘못했다는 것을 전제로 발생하는 마음과 몸의 느낌이잖아요? 그렇다면 상대방에게 부정적인 이야기를 해야 하고, 또 그 이야기를 했을 때 돌아올 상대방의 반응을 예측하기 어려운데, 대체로 부정적인 상황에서는 부정적인 시나리오(쏘아보는 표정, 도리어 더 화를 내는 모습 등)를 상상하게 되니까 선뜻 화를 ‘잘’ 내기가 어려운 것 같아요.

그래도 생각해볼 필요는 있어요. 바라볼 필요는 있어요.

하루님이 느낀 것처럼, 화를 매번 내 안에 담고, 쌓고, 간직해서 결국 하루님이 경험하는 것은 무언가요? 하루님이 말한 내용들에 그 답이 있겠죠. 화는 언젠가는 터지게 되어 있어요. 오랫동안 담고 쌓고 간직한 것은 당사자에게 ‘잘’ 전달되기보다 엉뚱하게 내 안에서, 혹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서 예상하지 못한 모습으로 터져 내 몸과 마음만 무진장 아프게 되는 경우가 많아요. 사나운 표정을 하고 있는 화가 참다 참다 터져버리면 시한폭탄이 결국 내 얼굴 앞에서 터지는 것과 같아요. 늘 내 안에 담아두고 쌓아두었던 것이니까요.

자, 일단 우리가 표현을 ‘잘’ 하는 것이 목표라면 그 목표를 조금씩 달성해보는 게 좋겠죠.

감정을 잘 표현하는 것은 마치 새로운 언어를 잘 구사하기 위한 연습과 같아요. 아무리 모국어라도 자주 입 밖으로 꺼내봤던 말들 위주로 하게 되잖아요? 감정 표현도 아직까지 많이 해본 것이 아니라면 어렵고 속도도 느리고 좀처럼 내키지 않을 수 있어요. 그런데 천천히 연습하다보면 ‘어, 할 수 있겠는데?’라는 감이 오는 순간이 있죠. 하루님이 “화도 분명 무조건 나쁜 감정은 아닐 것 같은데”라고 말했죠. 맞아요! 화 자체는 절대 나쁜 게 아니에요. ‘화’를 나쁜 애 취급하기보다 조금 어렵지만 표현하고 나면 속이 시원해지는 애로 생각하면서 조물조물 잘 다루고 천천히 연습해보는 거예요.

하루님과 또 화를 내는 것이 어려운 많은 사람들이 해보면 도움이 될 만한 방법을 소개할게요.

• 안전하게 화내는 연습하기: 누구도 보지 않을 때, 여러 가지 문장들을 연습해보기
• 목소리와 표정도 여러 가지로 살펴볼 수 있게 거울이나 녹음기 사용하기
• 정말 적나라하게, 노골적으로 화를 표현하는 문장부터 ~ 정중하게 천천히, 차분하게 화를 표현하는 문장까지 나만의 화 표현 문장들을 만들어보고 소리 내어 연습하기
• 어떤 것이 내가 보기에도 적절한지, 표현하고 나서 후회가 덜 할지 생각해보고 나만의 문장을 선택해서 써보기
• 연습은 한 번이 아닌 안전한 환경에서 100번 이상 해보기 (외국어가 ‘내 입술언어’가 되도록 자연스러운 정도가 되게 만들려면 초반엔 많은 연습이 필요한 것처럼)
• 화를 ‘잘’ 느끼고 ‘잘’ 내기

(예시)

바람직하지 않아요

내가 화가 났다. - 저 사람이 나를 화나게 한 것이다. - 저 사람은 나에게 그렇게 하면 안 됐던 것이다. - 난 정말 화가 난다. - 저 사람은 나쁜 거다. - 아 열받아! - 이런... xxx!

바람직해요. 연습해보세요.

내가 화가 났다. - 저 사람이 어떤 의도에서였는지는 몰라도 저 사람의 특정 말,행동,표정,몸짓으로 인해 나는 화가 난다. - 아, 그런데 나는 보통 저런 말,행동,표정,몸짓에 민감해지고 화가 나는구나. 언제부터였지? 그런 모습들이 왜 나를 화나게 하는 걸까? - 그렇구나, 나는 이런 걸(구체적으로 메모해보기) 중요시하는데 저 사람이 그걸 존중하지 못한다고 생각하니 화가 나는구나. 이야기할 기회가 생긴다면 저 사람의 의중도 들어봐야겠다. - 저 말,행동,표정,몸짓이 어떤 식(내가 바라는 정중한 방식 구체적으로 메모해보기)으로 변화했으면 좋겠는데 그걸 정중하게 요청해봐야겠다. - 들어준다면 고맙고, 들어주지 않는다면 거리를 둘 때이다.

⛅다음 세상의 답글

안녕하세요, 하루님.

하루님의 글을 읽다가 “화도 분명 무조건 나쁜 감정은 아닐 것 같은데 도대체 화를 어떻게 내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라는 문장이 눈에 확 띄었어요. 맞아요. 화는 나쁜 감정이 아니에요. 우리는 화를 비롯해 “부정적이라고 분류되는 감정”을 느껴선 안 되는 감정처럼 차별할 때가 많죠. 그런데 모든 감정은 정당해요.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하는 건, 감정을 적절히 표현하는 것까지가 정당한 감정이라는 점이에요. 그러니까 하루님의 말처럼 “어떻게”에 집중해야 해요. ‘화는 내지 않는 것이 좋다’라는 말은 저 멀리 밀어두고요. 감정 표현은 어떤 상황에 대한 반응이기도 하지만 ‘의사표현의 수단’이라는 기능이 훨씬 더 커요. 화가 날 수 있는 상황에서 하루씨가 화를 적절히 드러내지 않으면 사실 상대는 하루씨가 어떤 상태인지, 무엇을 전하고 싶은지 모를 가능성이 꽤 커요. 하루씨는 ‘화를 낸다’라는 말을 떠올리면 무엇부터 생각나세요? 눈을 크게 뜨고 목소리를 높여 험한 말을 하는 것일까요? 상대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다 답답하다는 듯이 한숨을 내 쉬고 돌아서는 것일까요? 아니면 되는 대로 물건을 집어던지는 것일까요?

사람들은 화가 극단적인 행동을 동반한다고 생각하지만 화를 내는 방법은 상당히 많아요. 가장 쉬운 건 굳은 표정으로 “기분 나쁘다”라고 말하는 거죠. 그런데 하루님은 하루님의 기분이 상했다는 것을 상대에게 표현했을 때 상대가 어떻게 반응할지를 먼저 염려하는 것 같아요. 그건 자신의 감정을 어떤 면에서는 내동댕이치는 것이고 누군가의 무례한 행동을 허용해주는 것이기도 해요. 무례한 행동에 대해 기분이 나쁘다, 라고 표현해주는 것이 상대로 하여금 잘못된 행동을 수정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어요. 그리고 상대의 잘못된 행동에 정제된 화를 표현했는데(하루씨가 고함을 지르거나 물건을 던질 일은 없으니까요^^) 그것으로 오히려 자신의 기분이 상했다고 상대가 말한다면 그 즉시 상황을 정리하고 마무리할 필요 없어요. 약간 시간을 가진 후에 다시 이야기를 해보는 거죠. 상황을 되짚어가면서 천천히요. 만약 이 과정이 너무 고통스럽게 느껴진다면 하루님은 화가 아니라 감정을 주고받는 대부분의 과정이 어려운 것일 수도 있어요. 우리의 일상은 대부분 감정의 상호작용으로 이루어져 있어요. “그럭저럭 괜찮아요.”라는 말도 사실은 평온한 감정 상태죠. 아무 감정도 일어나지 않은 게 아니라요. 저는 우선 하루씨가 자신의 감정 전반을 얼마나 허용하고 있는지 검토해보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감정과 관련해서 정말 두려워하거나 걱정하고 있는 게 무엇인지 찾아보는 것이 건강하게 화를 내는 첫 번째 단계일 것 같아요.

🌳희파람의 답글

하루님 안녕하세요, 편지를 읽으면서 저도 되게 많이 고개를 공감이 되었어요. 특히 화를 냈을 때 수많은 예상 반응을 생각하다가 제풀에 지쳐 ‘아, 내가 말 안 하고 말지.’ 라고 넘기는 모습이 머릿속에서 그려졌어요. 맞아요. 그것들을 다 풀 생각을 하면 갑갑하잖아요.

그렇지만 저는 사람들과 계속 대화를 하면서, 화를 낸다는 건 진정으로 상대를 존중한다는 표현의 일부라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예전에 친구가 그런 말을 한 적이 있었거든요. “내 행동에 대해서 네가 왜 참아? 왜 내가 그 행동에 대해 이야기 할 기회를 주지 않는 거야?”라고요. 화를 냄으로써 상대방에게 항변할 기회를 주고, 상대방이 책임져야 할 행동의 범위를 인정해 줄 수 있잖아요. 그렇지만 내가 상상 속에서 상대방의 반응을 상상하고 그 반응에 대한 대안을 생각하다 화내는 것을 포기해버리는 것은, 상대방이 생각하고 행동할 것까지 내가 다 빼앗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루님이 스스로를 표현하는 문구에도 눈길이 많이 가요. 답답하고 한심한 나, 호구 같은 나, 바보 같은 나. 하루님은 상대방에게는 화를 내지 않으면서 하루님 자신에게는 마구 비난을 하네요! 어쩌면 하루님이 가장 함부로 대하는 대상이 자기자신이 아닐까 라는 생각도 들어요. 먼저 하루님은 스스로를 충분히 존중해주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요? 스스로를 귀하게 여기지 않는데 어떻게 자신의 감정을 소중히 여길 수 있겠어요. 먼저 스스로를 존중할 수 있다면 나의 감정도 충분히 존중하고, 그 감정을 상대에게 전하면서 상대방도 존중할 수 있을 거예요.

마지막으로 지혜롭게 화를 내는 방법에 대해서도 물어봤는데요. 지혜롭게 화를 낸다는 게 어떤 이미지일까요? 성인군자처럼 화를 내면 지혜롭게 화를 낸 걸까요? 하지만 예수님도 좌판을 엎고 소리를 지르면서 화를 내셨는데요. 예수님도 화를 냈는데 사람이 화를 내지 않고 살아갈 수 있다면, 그 사람은 사람이 아닐 거예요.

하루님처럼 화를 내는 데 서툰 저의 방법은요, 딱 그 화만큼 표현하는 거예요. 화는 어느 정도로 깊게 느껴지는지, 심장은 어느 정도로 뛰는지, 얼굴은 얼마나 빨개지는지 느껴요. 이후에는 심호흡 한번하고 ‘그래! 말하자! 입만 열면 된다!’하고 ‘3, 2, 1’, 입을 열 카운트를 세요. 그리고는 말해요. ‘나는 그 말을 듣고 네가 ~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서 화가 났다(서운했다, 불쾌했다, 어이가 없었다)’라고요. 첫음절만 내뱉으면, 그 다음 말은 더 쉽게 말할 수 있을 거예요. 그 때 눈물콧물 다 나고 창피해도 막상 돌이켜 보면 개운하더라고요! 오히려 상대방도 더 솔직하게 자신의 마음을 이야기 해주고, 서로 몰랐던 관점의 차이를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고요.

만약 내 감정, 생각을 이야기할 타이밍을 빠르게 잡지 못하겠다 싶으면, 그 상황에서 “잠깐!”이라고 말해보세요. 이후에 3초~4초 정도 쉬었다가 말해도 괜찮아요. 짧은 시간 동안 하루님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한 템포 쉬었다가 말해도 사람들은 충분히 기다려줄 수 있거든요. 드라마처럼 야물딱지고 당당하게 와다다다 말을 쏟아내지 않아도 돼요. 말을 더듬어도 괜찮아요. 아니면 10분 정도 잠시 산책한 후에, 혹은 하루 이틀 정도가 지나서 이제는 말할 수 있는 용기가 생겼을 때 말해도 괜찮아요. 상대방이 “그걸 그렇게나 담아뒀어?” 라고 말하면 “응!!! 담아뒀어! 서운했어! 화났어!”라고 말하면 돼요. 담아둔 건 사실이잖아요. 그만큼 서운했던 거니 다음부터는 하지 말라고 말하면 되죠.

마지막으로, 화를 자주 내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다고 했는데. 누군가가 저에게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던졌던 말이 기억나요. “희파람아, 네가 화를 많이 내봤자 얼마나 많이 내겠냐. 그냥 화내도 괜찮아.”라고요. 화 한번 내면 하루에도 몇 번씩 벌컥벌컥 화를 낼 것 같았거든요? 그런데 화를 내야지하고 다짐하면 오히려 화날 일이 별로 없더라고요. ‘화’라는 감정은 무언가가 마음에 들지 않는 상황,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한 상황에서 일어나는 거잖아요. 이런 상황을 담아둘 때는 화가 마음속에서 계속 쌓이고, 애먼 데서 뻥하고 터질 수 있어요. 그렇지만 나의 생각과 감정, 원하는 것을 제때 솔직하게 말하니 작은 불씨에서 사그라질 때가 많아요.

하루님, 하루님은 참 소중한 사람이에요. 하루님의 감정도 똑같이 소중하고요. 더 나아가 하루님과 마주하고 있는 상대방도 소중해요. 소중한 하루님의 감정을 소중한 상대방이 들여다 볼 기회를 주세요. 그것이 나와 상대방을 존중하는 방법이니까요. 들여다 볼 때 눈물나고 콧물나고 목소리 커지면 어때요? 그것 또한 소중한 하루님의 모습이고 감정인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