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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힘쎈드위치, 다정한 저녁을 선물하기

유난히 하루가 길고 지치는 날이 있다. 심리상담에서 만난 내담자의 이야기가 조금 버거울 때, 보고해야 할 서류철에서 얼토당토 않는 실수를 발견하여 스스로에게 꿀밤을 잔뜩 먹이고 싶을 때, 그런 순간순간이 쌓이면 ‘휴... 오늘은 정말 힘들었다.’ 라는 생각이 입 밖으로 나왔다. 회사를 나서는 길도 반갑지가 않고 몸과 마음은 요상하게 축 쳐졌다.

그럴 때는 저녁도 그냥 되는 대로 입에 턱턱 넣곤 했다. 식탁에 있는 음식을 아무거나 집어서 한두번 씹고 넘겼다. 어느 날, 이렇게 밥을 먹고 난 후에 소파에 멍하니 앉아 있다가 문득 내가 무얼 먹었나, 무슨 맛이었나 스스로에게 물었다. 방금 먹었는데 무슨 맛이었는지 제대로 기억이 나지도 않았다. 소중한 저녁 시간을 이렇게 함부로 날려버리다니. 또한 스스로를 휘뚜루마뚜루 대충 대했다는 생각이 들어 조금 아쉬운 마음도 들었다.

그런 마음이 든 이후부터 패턴을 조금 달리하게 되었다.

다 먹고 나서 가게 밖으로 나오니 든든한 배가 느껴졌다. 오늘 저녁 참 맛있었지 하며 고개를 끄덕이고 집으로 돌아갔다. 그렇게 스스로에게 조금 더 다정한 저녁을 선물했다.